글로벌 배터리업계 '거거익선' 전쟁

입력 2021-11-07 18:13   수정 2021-11-08 00:41

글로벌 배터리업계가 에너지 밀도 경쟁에 이어 이번엔 배터리 크기를 키우는 ‘사이즈 전쟁’에 돌입했다.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h당 배터리값이 상승하자 셀 하나에 담을 수 있는 용량을 기존보다 다섯 배 늘려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7일 외신 및 업계에 따르면 파나소닉은 직경 46㎜, 길이 80㎜의 ‘4680 리튬이온배터리’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내년 3월 일본에서 시험 생산해 테슬라 전기차 등에 적용할 예정이다. 테슬라는 ‘배터리 내재화’ 전략에 따라 파나소닉에서 납품받는 것과 별도로 미국 텍사스 기가팩토리에 4680 배터리 양산을 위한 설비를 들였다는 보도(인사이드EV)까지 나왔다.

4680 배터리는 니켈·코발트·알루미늄(NCA) 계열로, 기존 배터리의 표준이었던 2170(직경 21㎜, 길이 70㎜) 배터리보다 길이가 두 배 이상 길다. 용량은 다섯 배 많고, 주행거리는 16% 늘어난다.

4680 배터리는 용량 대비 소재가 적게 사용돼 가격을 낮출 수 있는 게 강점이다. 전기차에 탑재하는 배터리 개수도 줄어 공정 비용을 아낄 수 있다. 현대자동차 아이오닉 5엔 배터리 셀이 약 300개 들어간다. 4680 배터리는 60개 정도면 충분하다. 배터리 전체 중량이 줄어들면 전기차 주행거리도 개선된다.

국내 배터리업계도 기존 2170에서 4680 등 큰 사이즈로 배터리 표준이 바뀔 것에 대비하고 있다. 삼성SDI는 기존 원통형 배터리 크기를 키우고, SK온은 파우치형 배터리 길이를 늘리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테슬라에 납품하는 것으로 알려진 LG에너지솔루션도 원통형과 파우치형 배터리 크기를 늘리는 등 ‘폼팩터(기기 형태)’ 변경에 나섰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1위인 테슬라가 배터리 표준을 바꾸면 다른 업체도 따라갈 가능성이 높다”며 “다만 공정 과정이 완전히 달라져 양산성 확보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셀 크기 경쟁은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배터리값 상승을 방어하려는 의도도 깔려 있다. 블룸버그NEF에 따르면 ㎾h당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 가격은 올해 105달러에서 내년 115달러로 오를 전망이다. 100달러로 떨어질 것이란 당초 예상과 반대다. 100달러는 내연기관차 대비 전기차 가격 경쟁력 확보의 기준점으로 꼽히는 값이다.

리튬, 니켈, 코발트, 알루미늄 등 주요 원자재 수요가 커지면서 배터리 가격은 당분간 상승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주로 생산하는 중국 업체도 가격 인상에 나섰다. BYD는 이달부터 최소 20% 인상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후발 배터리업체인 고티온도 고객사에 “비용 절감을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효과가 없었다”며 가격 인상을 알리는 서한을 보냈다. 블룸버그는 “지난 10년간 이어진 배터리 가격 하락세가 멈출 수 있다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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